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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나무에서 떨어지다
선물·옵션 데이트레이딩을 전업으로 하는 자칭 ‘파생 9단’인 H씨.
숱한 좌절과 희열을 겪으면서 파생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단 하루 만에 75%의 손실을 기록하다니, 그 자신도 믿어지지 않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했던가.
2000년 들어 11번째 옵션 만기일을 10여 일 앞둔 10월 31일 화요일, 종합주가지수 500포인트가 무너진 497포인트로 개장된 이날 주식시장은 현대건설의 부도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채 483포인트까지 추락하고 있었다.
오랜 투자경험상 주가의 신저가 갱신이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 H씨는 투자금 2,000만 원을 행사가격 57 및 60인 풋옵션 매수에 갖다부었다. 그러나 풋옵션 시세는 개장 초 약간의 반등을 보이더니 주가가 483포인트에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반등하자 풋옵션 시세가 폭락하면서 불과 20분 만에 20%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추가하락을 우려한 그는 입술을 깨물며 손절하였다.
10시 30분경, 풋옵션 가격이 다시 반등을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풋옵션이야’ 하면서 다시 풋옵션 매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풋옵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당황한 H씨는 또다시 손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꾼 그는 행사가격 70인 콜옵션을 매수하였다. 그러나 또다시 하락, 손절의 연속이었다. 오후 2시까지 계속된 등락장세 속에서 콜과 풋을 옮겨다니며 수차례나 매매를 시도했으나 수익은커녕 손실폭만 깊어져갔다. 손실률이 50%를 육박했다.
오후 2시,3시간여의 보합대를 깨고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가의 급락을 예감한 H씨는 오늘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풋옵션 매수에 전액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보합대를 이탈할 것 같던 주가는 지지선을 밟고 일어서면서 급반등하기 시작하여, 장이 종료될 때까지 그 상승열기는 계속되었다.
장 마감 직전 눈물을 머금고 전매하고 빠져나와 보니 2,000만 원이 500만 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예기치 못한 장세의 급변으로 단 하루 만에 1,500만 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J씨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상승하는 주가를 바라보면서 통한의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더!
과거의 거래내역을 분석하라
어린 시절의 일기를 읽어보면 유치했던 과거사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투자내역을 살펴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과거의 기록을 반성의 계기로 하여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
투자자가 어느 정도 거래를 지속하게 되면 매매습관이 생기게 되고 이 습관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시황이 A상황과 같이 전개될 때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B상황과 같이 전개되면서부터는 계속하여 손실을 입는다면, B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때는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다.
나쁜 매매습관으로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했다면 지병을 치료하듯이 하루 빨리 고치는 것이 좋다. 투자일지는 이럴 때 좋은 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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