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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좋다, 액면분할주
여자는 싼 것을 좋아한다. 적어도 증시에서는 그렇다.
1998년말 현재 남성보유주식의 평균값은 8,920원인데 비해 여성보유주는 8,633원이었다. 콩나물값 아낀 푼돈이다보니 비싼 주식은 살 엄두가 안 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자뿐 아니라 쌈짓돈 들고 증시에 뛰어드는 개미군단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싼 종목에 손이 먼저 가는 게 보통이다. 개인투자자 보유주식의 평균단가는 8,874원으로 외국인의 2만634원이나 투자신탁회사의 1만4,454원에 비해 크게 낮다.
액면분할이 일으키는 착시현상
싼 것을 좋아하는 심리가 주가에 반영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액면분할이다.
액면분할이란
액면분할이란 보통 주당 5,000원인 액면가를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액면을 500원으로 내리면 주식 1주가 10주로 늘어나는 반면 주가는 10분의 1로 낮아진다. 기업의 본질가치나 주식가치에는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액면분할은 유동주식수가 적거나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 일반인들이 주식을 사기가 힘든 기업들이 주로 실시한다.
원래 액면분할은 자본금이 작은 벤처기업 주식이 원활하게 매매될 수 있도록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1998년 상법개정으로 사실상 액면분할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지게 되었다. 1998년 3월 미래산업이 처음으로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춘 이후로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기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액면분할을 실시하면 값이 싸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 주가가 상승한다. 예를 들어 한 업종의 주가가 대부분 1만원 수준인데 그다지 기업내용이 나빠보이지도 않은 종목이 6,000원대라면 일단 주문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주식수가 적어 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던 종목일수록 거래가 원활해져 손바뀜도 자주 일어난다.
액면분할은 호재인가
증권거래소가 액면분할 종목의 거래량을 조사해봤더니 액면분할 전 30일 동안은 회전율(거래량÷상장주식수)이 32% 수준이었는데 액면분할 후 30일간은 67%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대세상승기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시기에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값싼 종목을 사두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액면분할 자체가 대단한 호재가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1999년 4월에는 대덕산업겭接┏活 등 한꺼번에 14개나 되는 종목이 같은 날 액면분할을 한 적도 있는데 이들 종목의 주가는 예외없이 초강세를 기록했다. 액면분할일을 전후한 2주일간 14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무려 43%로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2.26%)을 3배 이상 초과했다.
액면분할은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뒤 임시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보통 이사회 결의에서 실제 액면분할이 이루어져 재상장(변경상장이라고 함)되기까지 한달 내지 한달 반이 걸린다. 액면분할 기업의 주가는 이사회 결의를 전후해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가 뛰기 시작해 잠시 소강상태를 거친 뒤 액면분할이 실시되어 재상장된 직후 다시 급등하는 게 보통이다.
착시현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
많은 사람들이 착시현상을 나타낼 때는 이를 예상하여 적당히 편승하는 것이 돈을 버는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착시현상에 마냥 빠져들다간 낭패를 당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가는 ‘제 값’을 찾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가 1998년 이후 1999년 상반기까지 액면분할을 실시한 42개 종목의 주가추이를 조사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액면분할일의 주가는 한달 전에 비해 평균 12.43% 상승했지만 실제 분할이 실시된 뒤 한달간은 오히려 2.94%가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달이 지난 다음에는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1999년 4월에 한꺼번에 액면분할을 실시한 14개 종목들 가운데 상당수도 변경상장 이후 연속 상한가를 친 뒤에는 연속 내리막을 걸어 뒤늦게 단기차익을 노리고 ‘착시현상의 축제’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액면분할이 필요할 만큼 주가가 높지 않고 주식유동물량도 많은 기업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액면분할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주가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액면분할주는 500원짜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착시현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사실이다. 상법상 주식 액면은 100원 이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증권거래소는 거래의 편의를 위해 2,500원, 1,000원, 500원, 200원, 100원 등 5가지로 액면을 분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얼마로 쪼갤 것인지는 주식의 유동성이나 주가수준을 감안해 기업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다.
액면분할이 이루어진 종목 가운데 한미약품갨K증권겢肉寵┥敾 2,500원짜리이고 서흥캅셀겚ㅅ옥┥?삼화전자겭霞?컸걋 1,000원짜리다. 또 미래산업은 1주당 100원으로 액면가가 가장 낮다. 그밖에 대부분의 액면분할종목은 액면가가 500원인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삼성화재겢六?한국화장품겦瀕凋펯팬택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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