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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제3자는 보호된다
외상매출금의 양도와 어음의 양도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김석원 씨는 신원카메라점에서 50만원짜리 고급카메라를 샀다. 그런데 그 카메라는 불량품이었다. 이 경우, 김석원 씨는 신원카메라점으로부터 50만원의 지급을 요구받더라도 불량품인 것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약해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또, 신원카메라점이 제조업체인 일광광학공업에게 김석원 씨에 대한 50만원의 외상매출금 청구권을 건네주고 일광광학공업으로부터 청구를 받은 경우에도, 역시 김석원 씨는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채권(이 예로 말하면 50만원의 외상매출금)이 양도되어도 채무자(김석원 씨)는 채권자(신원카메라점)에게 주장할 수 있는 사실(산 물건이 불량품이므로 해약한 사실)이 있으면, 채권의 양수인(일광광학공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사실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음이라면 어떨까.
김석원 씨가 대금의 지급을 위해 50만원짜리 어음을 발행했다고 가정해보자.
수취인인 신원카메라점으로부터 어음을 지급제시받고 지급을 요구받으면 김석원 씨는 역시 불량품이므로 해약한 것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음이 신원카메라점에서 일광광학공업으로 배서양도되어 일광광학공업으로부터 어음을 지급제시받았을 때는, 김석원 씨는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만약 이를 거부할 수 있다면 어음을 배서에 의해 수취한 사람은 그 어음이 과연 지급될지 어떨지 불안해서 쉽게 어음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음은 여기저기로 양도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유가증권이지만 이렇게 되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어음의 지급의무자가 그 지급을 거부하는 항변의 주장은 외상매출금과 대여금 등의 일반적인 채권의 경우보다 엄격한 제한이 따르는 것이다.
아무에게나 지급거절할 수 있는 경우
어음의 지급을 요구받은 사람은 위의 그림처럼 어음의 기재가 불비한 상태로 발행하면 무효라는 사실, 시효가 완성된 사실, 어음의 위조 변조된 사실 및 분실된 어음으로 무효라는 제권판결이 있었던 사실 등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어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수취인이든 아무 것도 모르고 배서양도를 받은 자든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음에 의해 청구를 받은 사람이 모든 어음소지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물적 항변'이라고 한다.
선의의 제3자는 보호된다
방금 전의 예에서, 김석원 씨는 카메라가 불량품이기 때문에 매매를 해약할 수 있었다. 이미 발행한 어음에 대해서 신원카메라점으로부터 지급요청을 받았을 경우 김석원 씨가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만일 신원카메라점에서 그 어음이 배서양도되어 일광광학공업은 김석원 씨가 구입한 카메라가 불량품이기 때문에 매매가 해약된 사실을 모르고 수취했다면 결국 일광광학공업은 선의의 제3자이기 때문에 김석원 씨는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어음을 건네준 것이 매매대금의 지급이든, 도급계약의 보수지급 또는 빌딩의 임대료의 지급이든, 원래의 계약(매매, 도급계약, 임대차계약 등)이 해약되어 없어져버리면 어음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 어음이 선의의 제3자에게 배서양도된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어음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의의 제3자라는 것은 소위 '선량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정-원래의 계약이 해약되어 그 어음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을 모르는 제3자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어음을 받은 사람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금을 지급했는데 발행한 어음을 회수해두지 않을 경우도 그 어음을 취득한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어음을 도난당한 경우, 훔친 사람에 대해서는 어음의 지급을 거부할 수 있지만 훔친 사람으로부터 배서양도를 받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악의의 제3자에게는 거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음의 지급 의무자가 특정 소지인(직접 어음을 건네준 상대)에 대해서만 주장할 수 있는 항변을 인적 항변이라고 한다.
어음이 선의의 제3자에게 배서양도되었기 때문에 인적 항변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을 '인적 항변의 절단' 또는 '어음항변의 제한'이라고 한다.
인적 항변이 절단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어음을 양수한 제3자가 그 어음을 수취하면 어음이 지급의무자에게 손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알면서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인적 항변은 절단되지 않고 그 항변을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을 악의의 항변이라 하고 악의자(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어음을 수취한 자)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부할 수가 있다.
앞의 예로 말하자면, 김석원 씨가 발행한 어음을 일광광학공업이 신원카메라점에서 배서양도를 받았을 때, 그 어음이 카메라 대금의 지급을 위해 발행된 것이지만 불량품이기 때문에 매매계약을 해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일광광학공업은 악의의 제3자이기 때문에 김석원 씨는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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