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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또는 분실한 어음 수표를 취득한 경우에 관한 사례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면 선의취득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물건을 팔고 수표(어음)를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도난당한 수표였을 경우 수표금을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처음부터 사고 수표라는 사실을 알고 취득한 경우에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취득했을 때가 문제이다.
도난 또는 분실된 수표라도 그 수표를 받을 때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면 수표를 선의취득한 것이 되어 수표의 취득자는 보호를 받는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거래에서 필요로 하는 아주 간단한 주의도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즉,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자기가 받은 수표에 도난 또는 분실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한 주의를 하지 않은 과실이 바로 중대한 과실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례에서 과연 중대한 과실로 수표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본 사례
① 서울에서 사진기 판매점을 경영하는 김미영 씨는 자칭 남원에 거주한다는 전상철 씨에게 사진기를 판매하고 상업은행 이리지점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를 받았는데 이대 전상철 시의 인적사항을 전혀 확인해보지도 않았다.
이 경우 남원에 거주한다는 면식도 없는 사람과 거래하면서 수표소지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않았음은 수표취득에 있어서 일반 거래상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
② 박진철 씨는 일요일에 36만원짜리 양복을 이사조 씨에게 팔고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받았는데 이사조 씨가 수표 뒷면에 허위로 적어준 전화번호에 확인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 경우 이사조 씨가 적어준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였더라면 훔친 수표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수표취득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
③ 이철민 씨는 평소 안면이 있는 잡화상 김동창 씨에게 800만원 상당의 시계를 팔고 그 대금의 일부로 7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받았는데, 사실은 도난당한 사고수표였다. 이철민 씨와 김동창 씨 사이에 수표 거래는 처음이었고 그 전에는 소액의 현금거래만 있었다.
이 경우 이미 발행은행에 도난신고가 되어 있으므로 수표의 진정여부에 대하여 전화확인 등 간단한 방법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확인하지 않았고, 수표 뒷면에 김동창 씨의 명판만을 압날해 받았는데 김동창 씨의 사업자등록은 그 다음날 직권말소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
중대한 과실이 없어서 선의취득이 인정된 사례
① 스탠드바를 경영하는 천봉철 씨가 술값으로 김식대 씨로부터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받으면서 김식대 씨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였다.
이 경우 은행에 조회해보지는 않았지만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였다면, 야간에 자기앞수표를 취득함에 있어서 은행에 조회해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의취득이 인정된다.
② 귀금속상 민병우 씨는 부부로 보이는 50대 남녀에게 패물 345만원 상당을 팔고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포 4장을 받았는데 그 수표는 모두 같은 은행에서 발행된 것이었으며, 번호도 연속된 것이었다. 갑은 그 중 한 장을 골라 은행에 조회하였는데, 아직 사고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무사고 확인을 받았다. 그러나 수표소지인의 신원은 확인하지 않았다.
이 경우 그 자리에서 발행은행에 전화를 하여 사고수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이상 주민등록증에 의하여 수표소지인의 신분을 더 이상 캐지 않았다고 하여 수표취득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③ 조흥은행은 여행자수표로 바꾸어 달라는 최영민 씨로부터 자기앞수표 5장을 받고 여권 한국은행 총재가 발급한 해외이주비 지급허가서 등으로 최영민 씨의 신원을 확인하였으나, 수표발행은행에 사고 유무는 조회하지 않는다.
이 경우 수표의 제시인에 대하여 여권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였다면, 발행은행에 사고신고의 유무 등을 조회하지 않았다거나, 수표를 교환에 붙여 결제하지 않았다거나, 그 수표의 종전 소지인에게 문의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수표취득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수표를 받을 때에는 은행에 확인을 해보거나, 최소한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받아두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 거래관계에 있다고 하여도 통상의 거래 정도를 넘는 고액 수표를 받는 때에도 한번쯤 은행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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