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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주가, 사촌을 보면 주가 전망이 보인다
국내 최초의 내국인 대상 카지노업체 ㈜강원랜드가 1999년 7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분 51%를 뺀 나머지 49%, 총 980만주가 공모대상이다. 강원도 폐광지역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이 기업의 주당 공모가는 1만8,500원이었다. 아직 영업도 시작하지 않은 이 회사의 주식가치를 액면가보다 3.5배 이상 높게 책정한 것은 무슨 근거에서였을까.
비교주가의 역할
각종 전망치가 동원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모델 중의 하나는 말레이시아의 카지노업체 ‘젠팅 하이랜드’였다. 젠팅 하이랜드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카지노 독점영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영업실적을 보면 강원랜드의 장래 사업전망이나 주가를 추정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기업의 주가를 결정하는 데는 비슷한 입장의 기업에 견주어보는 ‘비교주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1999년 8월 상장되자 이 시기를 전후해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던 현대중공업은 주가가 6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는데 비슷한 업종인 삼성중공업은 6,000원대라는게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시장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당시 현대중공업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현대증권에서 삼성중공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는 루머가 그럴싸하게 나돌 수 있었던 것도 ‘비교주가’심리가 배경이 되었다). 거꾸로 현대전자의 경우는 삼성전자가 20만원대에 육박하는데 주가가 2만원대에서 오간다는 것도 너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심리 덕을 적잖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비교대상 자체가 없어 증시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경우는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막연한 기대가 주가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빨라야 1년 뒤에나 코스닥 등록이 이루어질 예정이던 강원랜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았던 것도 국내에서는 비교대상이 없는 기업이라는 점이 상당히 작용했다.
증시에서 이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으로는 다우기술(사무겙坪揚湄옴 시스템 구축), SK텔레콤(이동통신), 한국종합기술금융(벤처금융), 세기상사(극장), 청호컴퓨터(은행 현금자동지급기), 한국전력(전기), 한국공항(공항서비스), 동원(석탄광업), 영풍산업(금속광업), 삼성엔지니어링(건설엔지니어링), 제일기획(광고대행), 에스원(보안겙捐? 등 12개 기업이 꼽힌다.
이들 기업의 평균주가는 시장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1999년 6월 24일 현재 12개 기업의 평균주가는 16만9,239원, 시장평균주가는 1만8,888원. 주가가 너무 높아 비교가 힘든 SK텔레콤을 제외하고 계산할 경우 11개 기업의 평균주가 5만1,988원, 시장평균주가는 1만7,307원이었다). 주가상승률도 여타 종목들을 앞지르고 있다(1999년 6월 24일 현재 12개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연초대비 74.09%, 이 기간 지수상승률은 49.3%).
코스닥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1998년 10월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이래 주가가 최고 30배 넘게 폭등했던 전자상거래 전문 벤처기업 골드뱅크도 독점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또 서울방송(공중파방송)이나 해성(부동산관리업체)도 전형적인 증시 독점종목이다.
비교주가 현상이 호재가 되는 경우
독점업체에 이어 두세번째로 상장 또는 등록되어 과점을 형성하는 종목의 경우는 선발 독점업체의 주가에 근접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선발 독점업체의 높은 가격과의 비교주가 현상이 호재가 된다.
전자상거래 전문기업 인터파크는 1999년 7월 등록 이후 연 17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10만1,5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이미 20만원대(액면분할 감안)에서 움직이고 있던 선발업체 골드뱅크 주가와의 비교심리가 큰 작용을 한 것은 물론이다.
광고기획사로는 제일기획에 이어 1999년 8월 두번째로 상장한 LG애드 역시 상장 이후 제일기획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서 주가가 등락을 거듭했다.
기업활동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증시에는 새로운 독과점 종목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비교주가’ 효과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가의 수준은 다를지라도 주가의 방향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대상으로 하는 펀드들은 같은 업종 기업의 주가를 항상 비교하게 마련이고, 같은 업종의 경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삼성전자 주식도 맥을 못 추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한국증시의 주식과 비교대상이 되는 미국의 주요 종목을 알고 싶으면 동부증권이 1999년 1월 발간한 ‘S&P500 투자가이드’를 참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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