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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 의 얼굴은 투자 결정의 제 1변수
1999년 4월 어느날 A기업의 주가가 연 닷새 오름세를 탔다.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겨우 액면가 수준을 유지하던 주식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뒷걸음질칠 때도 회사 주가는 훌쩍 뜀박질을 계속했다.
이 회사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흐느적거릴 때는 증자가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수요겙澎事 원리상 공급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앞으로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굳이 오랫동안 자금을 묵혀두며 증자에 참여할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이 주목을 받은 것은 경영자의 독특한 이력 덕이 크다. 1998년말 A기업을 인수한 K사장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시장에서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K사장이 손을 대거나 인수한 주식치고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이다. 이전엔 별 볼일이 없던 M사도 그가 인수하고 나서 ‘최고 우량주’가 되었다. A사 역시 증자설이 발표되자 “천하의 K씨가 가만있겠는가. 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1만원까지는 끌어올리겠군” 하는 투자자들의 머리빠른 계산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CEO는 투자의 최우선 변수
이런 계산의 ‘실익’에 상관없이 기업 경영자의 특성을 투자와 연결시킨 사람들은 일단 성공할 만한 자질을 갖춘 투자자들이다. 이미 외국의 주식투자자들은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 CEO)를 투자의 최우선 변수로 삼고 있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주가가 잭 웰치 회장이 암에 걸렸다는 루머 때문에 급락한 적이 있는가 하면 IBM 주가는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취임하자 급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고경영자의 움직임에 증시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들의 능력에 의해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1997년 10월 미국 통신그룹 AT&T 회장에 마이클 암스트롱이 취임한다는 발표 하나로 이 회사 주가가 5%나 뛴 적이 있는데 실제로 1년 후 이 회사 주가는 70%나 상승하여 이 같은 기대가 헛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AT&T의 주가상승률은 업계 평균에 비해서도 1.2배 높은 것이었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경영자들도 모두 뛰어난 경영수완으로 업계 평균에 비해 훨씬 높은 주가상승률을 이끌어내 주주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우리 증시에서도 경영주와 주가의 상관계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IMF체제가 불러온 격변기에는 최고경영자의 판단과 능력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영향력이 커진 점도 이른바 ‘CEO 주가’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주택은행 주가가 대표적인 경우다. 액면가를 겨우 웃돌던 주택은행의 주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사자 주문 속에 은행 가운데 최고자리에 오른 것은 1998년 취임한 김정태 행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큰 변수가 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상품가치가 높은 CEO를 찾아라
고액의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취임한 고병우 동아건설회장, 박웅서 고합사장 등도 ‘CEO 주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역으로 철옹성 같던 재벌그룹 계열사들이 회장의 잘못된 독단으로 비틀거리며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현상 역시 투자자들에게 CEO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IMF체제 이후 미국식 경영방식이 침투하면서 CEO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며 “CEO시장이 형성되고 CEO 자체가 상표(브랜드)화되는 경향이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도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를 정하기 전에 상표가치 또는 잠재적인 상품가치가 높은 CEO가 있는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시기가 된다는 말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중의 한 명인 케인즈는 “투자를 하면 할수록 가장 최선의 투자방법은 경영진이 누구인지, 어떤 회사인지 잘 아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몇만원짜리 옷 한벌 살 때는 바느질땀까지 뒤집어보면서, 그 수십수백배 되는 돈을 어떤 사람이 경영하는지도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미 투자를 했거나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부터라도 알아보는 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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