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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투자행태와 선호종목을 관찰하라
“왜 내가 산 주식만 이 모양이야?”
주가지수가 급등할 때 자신이 사둔 주식만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하게 마련이다. 이런 투자자들의 불만과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은 증권사 직원들의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뮤추얼펀드와 함께 찾아온 기관장세
개인투자자들의 소외감은 특히 1999년 2?분기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하였다. 우리 증시가 IMF체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1998년 12월과 1월의 상승장세 당시에는 이런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았다. 두 시점을 비교해 이유를 살펴보자.
1999년 첫번째 주가상승 봉우리를 만들었던 1월 11일. 이날 종가 기준 종합주가지수는 640.95로 전날보다 14.62포인트 올랐다. 상승률로 따지면 2.33%로 ‘급등’이라는 말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상승종목은 무려 723개에 달했고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114개에 불과했다.
주가가 2개월 남짓 조정을 거치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즈음인 4월 1일의 주가는 전날보다 17.91포인트(2.89%)오른 636.89포인트를 기록했다. 1월 11일과 비교해 주가수준은 비슷했고 상승폭은 약간 컸다. 하지만 상승종목 수는 466개에 불과했고 하락종목이 329개나 되었다.
이처럼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은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도세력간 역학관계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9년 1월과 1998년 12월만 해도 ‘묻지마 투자’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개미군단들이 주식을 마구 사들이면서 그 힘으로 주가가 올라갔다. 개미들도 뭉치면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1999년 2?분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와 외국인들의 시장영향력은 약화되었다. 1998년 12월 박현주펀드를 시작으로 뮤추얼펀드 바람이 불었고, 투신사들이 이에 질세라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이 돈을 바탕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말만 기관투자가였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주식을 내다팔기만 하던 기관투자가들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국내 증시에 진정한 ‘기관 장세’가 시작된 시기가 바로 1999년 2?분기였던 것이다. 물론 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섰던 1994년 11월에도 신문에는 ‘개인투자자들은 별 재미 못 봤다’는 기사가 등장했지만 1999년처럼 분명하게 기관화 장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개미군단과 기관투자가
개미장세의 특징
개미군단은 값싼 종목을 찾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똑같은 금액이 증시에 몰려들더라도 값싼 종목에 수요가 집중되면 상승종목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는 제약겵┒?도소매겱컥슘?섬유처럼 중소형 저가주가 주로 몰려 있는 업종이 강세를 보인다. 주가가 바닥을 기던 관리종목이나 우선주가 갑자기 값이 뛰는 것도 ‘개미장세’의 공통된 현상이다.
1998년 12월과 1999년 1월은 이 같은 종목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개미군단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주었다. 일부 증권사 우선주는 주가가 100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하지만 아마도 이때가 개미군단이 주도했던 마지막 상승장세로 증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로는 막강한 화력(자금)과 첨단 컴퓨터를 동원한 기관투자가들 앞에서 개미군단은 맥을 추지 못했다.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한다
투신사와 뮤추얼펀드의 펀드매니저들은 새로 고객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하면 일단 종합주가지수의 등락과 비슷한 수익을 내고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도록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자산구성)를 짜는 게 보통이다. 특히 신참 펀드매니저는 거의 무작정 대형주부터 사들인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시장을 읽는 눈에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고객이 맡긴 돈을 놀리고 있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간접투자시대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99년 2?분기 이후에는 특히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했고 상승종목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개인투자자들은 ‘투자는 주가지수가 아니라 종목을 사는 것’이라는 증시 격언의 의미를 되씹을 수밖에 없었다.
적은 투자로 큰 정보를 얻는 방법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이제는 기관의 투자행태를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관따라잡기를 위해 등장한 방법 가운데 ‘적은 투자, 큰 정보’방식이 있다. 5,000만원의 투자자금이 있다면 500만원은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간접투자상품에 가입한 뒤 고객의 자격으로 운용내역을 받아보는 것이다. 나머지 4,500만원은 운용내역에 따라 그대로 직접투자를 한다.
펀드에 맡기면 만기 때까지 돈이 묶이게 되고 다른 펀드와 수익률을 안배하는 ‘물타기’가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고도의 머리굴리기’가 등장했다는 것이 증권업계 사람들의 말이다. 번거롭긴 하지만 종목선정에 자신이 없는 투자자라면 한번쯤 써볼 만하다.
개인들이 기관 선호종목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가가 급락한 이후를 매수시점으로 잡아 기관들의 움직임을 한걸음 앞서간다는 자세를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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